부상자의 출근길

지난 주말에 칠칠맞게 넘어져서 오른발 발가락이 부러진 이후, 깁스를 하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간 출근길에서 [노약자석]은 모래 속을 아무리 파도 물이나오지 않는 황량한 사하라 사막처럼..
아무리 서있어도 자리에 앉을 수 없는 그런 공간이었달까..
그간 여러번 노약자석에 앉아있다가 봉변당한 젊은이들의 모습을 목격해와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뭐..괜히 앉아서 눈치보고 찔려하느니 한 30~40분 서서가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도 들었었고..
 
그리하여 출근 첫 날은 비록 깁스를 했지만서도 평소대로 일반석쪽에 서서 갔다.
출, 퇴근길의 직장인 정서가 다들 그러하듯 누구에게도 자리양보같은건 못받았고..
다행히 2정거장 지나 내리는 사람이 있어서 착석..휴우`

이틀째도 노약자석 근처에도 안가도 일반석에서 서서오는데, 그날은 사당까지도 전혀 자리가 안나서 완전 서서왔다.
단순히 서서오는것까진 견디겠는데..밀려드는 사람들에게서 오른발을 사수하느라 출근길이 퇴근길마냥 피로했었다.

결국, 삼일째부터는 노약자석을 이용하기로 했다.
평소에 노약자를 위해 양보했으니, 내가 약자가 됐을때 좀 이용하면 어떠나..싶기도 하구..

그리고 오늘..사일째 앉은지 얼마안되서 왠 아저씨할아버지(완전 할아버지뻘은 아닌)가 날 툭치면서 자리양보를 해달랜다.
아마도 발은 바닥에 붙어있으니 못보고 얘기한것 같긴 하지만..
뭔가 흠..뻘쭘하기도 하구 선뜻 비키려니 서있기 겁나고..고민하는 차에 내 발을 보더니 결국 내 옆의 아줌마에게
자리를 넘겨받으시더군.
삼일째까지는 출근길 인파를 피하려 평소보다 20분씩 빨리 나왔는데, 오늘은 해이해졌는지,, 집에서 7시에 나온게 말썽이다.
신림부터 사람이 폭주하는데..진짜 내 무릎과 무릎사이까지 사람이 서있을 정도여서 결국 서초역은 눈뜬채로 지나치고..
(내리는 문이 오른쪽이었는데 나는 왼쪽 방향의 노약자석에 앉아있어..완전 이동불가..ㅠ_ㅠ)
이제나 저제나 왼쪽문이 열리려나..버티기에 들어갔는데..교대/강남/역삼/선릉까지 모두 오른쪽 문이어서
결국엔 삼성역까지 와서..다시 신도림행으로 갈아탔다.
한차례 홍역을 치르니 출근시간만 2시간이다..

왜이렇게까지 출근하나..이렇게 출근한다고 알아주는 이가 있을리 만무하고..
집에가서 얼음찜질을 해도 하루종일 앉아있다가 집에가면 계속 부은 그대로고..
병원에서도 조금도 나아진게 전혀 없다고 진단을 해주니..
어찌보면 나도 일에 대한 책임감 1%에 휴가쓰는게 아까운 마음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니..피곤하게 사는건 내탓인거다.

오늘은 출근하자마자 컴퓨터켜서 휴가신청서를 썼다. 
진짜 한 일주일 내볼까 하다가 일단은 3일만..소심짱구리하게;;
월요일이 되서 어떤 맘이 될지 몰라..일단은 내 싸인만 해놨다.

몰라..나 그냥 쉬어버릴꺼야..다 관둬..
제길.

by busstop | 2008/03/14 09:27 | 끄적끄적(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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